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한문장, 한단어에 의미를 두고 곱씹는 직업병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시는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존재고, 시인이 그렇다면 아 그렇구나 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시 몇 편 빼고는 일이 아니면 들춰볼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한낱 한줄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그리고 억울해서 세상의 반대쪽으로 돌아앉고 싶은 날”(-‘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中)

그날이 딱 그랬다. 사실 그건 시인들의 시를 편집자가 정성스럽게 그러모아 출판한 시 모음집 홍보 광고였지만 다니던 직장에 회의감이 들고, 세상 속 내 자신의 존재 가치에 물음 부호가 잇따르던 그날 내 마음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좋아할 필요도 딱히 없다. 그러나 그 어느 순간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속에 담긴 시들은 적어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 한문장이라도 위로를 건넨다.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모아볼라치면 그 역시도 한편의 시가 되고 만다. 그런 밤, 쓸쓸한 밤 어울리는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다.

사진=메이븐
(사진=메이븐)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나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