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에 맞는 정상적인 상태. 정규의 사전적 의미다. 그렇다면 비정규란 무엇일까? 이는 ‘정규가 아님’을 뜻한다.

배지영 소설집 ‘근린생활자’는 우리 사회에서 정규가 아닌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근린생활자’는 근린생활시설에 사는 이를 일컫는 말로, 평범한 집에 거주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구청의 단속을 피해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언제 자신의 집에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일면 비정규직의 삶과 다르지 않게 보인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근린생활시설을 매매한 청년 상우(근린생활자), 북한 부동산에 투자한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 순병(소원은 통일), 산림청 하청업체에서 폐기물이 저장된 드럼을 묻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그(그것), 수력발전소의 도수관 벽면에 붙은 삿갓조개를 긁어내는 노동자(삿갓조개), 마트 행사장에서 물건을 훔치는 나와 등산로에서 영감들에게 몸을 파는 미자 언니(사마리아 여인들), 동네 마트에서 중소기업 청소기를 파는 외판원 길 씨까지(청소기의 혁명).

수록된 여섯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비정규 인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 작품의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울컥하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지금 겪는 현실과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울음 같은 웃음도 달음박질도 그리고 눈물도 멈출 수가 없었’던 비정규 인생을 위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