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허DB)
‘서점입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망원역 인근의 작은 골목을 걷다 보면 정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조그마한 공간이 발길을 잡는다. 작은 책방 ‘안도북스’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이름을 딴 서점으로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물, 소소한 소품까지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완성이 되지 않지만, 안도북스의 방향성을 확실하다. 건축이나 디자인, 미술 관련 서점이 되고 싶다. 실제로 이런 종류의 책을 따로 꼽아놓고 관련 소스를 많이 드리는 편이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이기 때문에 특화시켜 놓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속에 여행, 에세이, 소설, 시 등 큰 분류로 구역도 나뉘어 있다. 사실 독립출판물은 언뜻 보면 바로 그 책의 성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도북스는 고객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사진=뉴스허DB)
“좁은 가운데서 나름대로 분류를 해놓으려고 한다. 서점이 좁다 보니까 잘 보이는 부분도 있고, 구석에 있으면 손이 안가는 부분이 있다. 분류별로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자주 로테이션을 시켜서 다양한 책들을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최근 인기인 일명 ‘큐레이션 서점’과 안도북스는 조금 다르다. 독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쪽 벽면에 작가들을 소개하는 종이쪽지와, 군데군데 숨어 있는 주인장의 솔직한 리뷰 몇 자가 전부다. 사실 책방지기의 큐레이팅이 있으면 아무래도 그 쪽으로 시선이 가는 경우가 많다. 안도북스 역시 그런 점을 파악해 독자가 스스로 ‘나의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준다.
(사진=뉴스허DB)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조금 적어 놓는다. 처음엔 많이 써놨는데, 책에 대한 편견을 주는 것 같았다. 제가 ‘이 소설 별로다’라고 솔직하게 적어 놨더니 그 소설이 진짜 안 나가더라. 그래서 간단히 책 소개, 기억나는 문구만 써 놓으려고 한다. 책을 고르는데 100%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 줄여나갈 예정이다”
손님의 입장에서 안도북스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카운터의 위치와 구조다. 손님들은 ‘주인장이 카운터에 있다’ 정도만 알 뿐이지 실제로 앉아있으면 주인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독립출판물의 경우는 온라인상에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 책을 살피고 난 후에 구매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주인이 지켜보고 있다면 그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사진=뉴스허DB)
“공사를 하면서 카운터를 다 막아버리려고 했다. 카운터 높이를 결정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도록 하되, 손님이 무엇을 하는 난 관여하지 않겠다라는 높이다. 서점뿐만 아니라 작은 가게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이 평수가 손님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평수다. 쓱 둘러보고 가고 싶은데, 뭐 하나 사야할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그걸 너무 잘 아니까”
안도북스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4년여 동안 책방을 운영하면서 여전히 매출 면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신이 바라오던 모습의 서점을 만들고 손님들이 조금 더 편하게 책을 보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사진=뉴스허DB)